2월 12일(금) - 필리핀 단기선교 5일째
07:00 Bay view park HOTEL manila -
2시간을 조금 넘게 자고 목사님 방에 모여 서 QT & 중도기도팀을 결성했다. 지금까지는 제비뽑기로 정했지만, 마지막 모임은 지금까지 함께하지 못한 리더를 중심으로 적당히 팀을 짰다. 다들 비몽사몽이었지만 임무는 완수하고 8시에 호텔 1층으로 내려가 호텔 뷔페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고, 지현자매가 나누어 준 Thank you card를 작성했다. 선교사님께 전하는 우리의 마음이었다. 이후 짐정리가 끝나고 목사님 방으로 모든 짐을 들고 모였다. 그리고 잠시 뒤 선교사님께서 호텔로 오셨다.
09:30 Bay view park HOTEL manila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왔다갔지만 특별히 문래동 성결교회가 제 모교회이기도 하고,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와서 그런지 몰라도... 같이 가고 싶어요.”
이 말씀을 끝으로 한동안 선교사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아직도 선교사님은 필리핀 땅보다 한국이 좋지만,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시는 길로 가면 괴롭게 하시니 자신은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 마음이 너무나 우리 마음에 깊이 전해져서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교사님의 인사가 끝나고, 우리가 아껴 모아서 남은 경비를 선교사님께 드렸다. 목사님께서 전해주시면서, 이 돈은 특별히 ‘선교사님을 위해서만 쓰기’로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10:15 SM Hypermarket
필리핀 최대 매장 SM hypermarket에서 잠시 쇼핑을 했다. 탑승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선교사님이 10시 40분까지 버스로 돌아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런저런 선물들을 사느라 모두가 모였을 때 시간은 이미 1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동안 우리를 도와준 도우미들을 위한 옷을 사서 선물로 주고, 개인적으로 단기선교팀을 후원해 주신 분들의 선물도 고르다 보니 지체된 것이다. 버스에 타니, 선교사님께서 맥도날드 런치세트를 사 오셨다. 호텔에서의 이야기로 선교사님께서 우리에게 특히 잘해주시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좁은 버스 안에서 양손을 최대한 이용해가며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먹었다. 그리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11:15 마닐라 공항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았다.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선교사님과 도우미들에게 눈물 속에 인사를 하고, 선교사님의 파송 기도를 끝으로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
공항에서 짐을 보내고 잠시 대기하던 중, 한 한국 남자분이 아이 셋을 데리고 목사님과 사모님 앞으로 왔다. 필리핀에 영어공부 하러 온 아이들인데, 보호자가 없어 출국이 불가한 상황이라 우리와 함께 한 팀으로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 흔쾌히 승낙하고 정호 형제의 도움으로 한 팀이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도움이 일어났다. 그 남자 분, 아이들의 선생님이 아이들 공항세라며 3000페소를 주신 것이다. 공항세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던 우리는 다시 확인해봤고, 1인당 750페소씩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남은 돈들을 모았다. 다행히 모두의 돈을 모으고, 그 선생님께서 추가로 지원해 주신 돈까지 합하여 아슬아슬하게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지 않고 갔으면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신 것 같았다.
12:50 한국으로 출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올 때와 달리 큰 비행기여서 흔들림이 덜했고, 더 맛있는 기내식을 먹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정호 형제의 노트북을 통해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며 편안하게 한국으로 향했다.
18:00(한국시간) 인천공항
어느덧 인천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까지 보던 풍경인데, 눈 내리는 인천공항의 모습이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국수속이 끝나고 짐을 찾는 중 재직형제가 pmp를 기내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돌아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수하물을 찾고 7시 10분, 공항 밖으로 나와 목사님께서 마무리 기도를 해 주셨다.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날마다 복음 전할 수 있게 하시옵소서.”
이제 집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따로 집에 가는 정호 형제와 수미 자매를 제외한 16명은 마중 나온 인치국 집사님을 따라 교회버스를 타고 문래동으로 향했다. 30분쯤 가다 공항에서 재직형제의 pmp 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다. 마지막까지 어려운 일이 모두 해결되어 감사했다.
20:20 문래동 도착
설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차가 막히지 않아 1시간을 조금 넘어 교회 앞에 도착했다. 근처에서 감자탕으로 식사를 하며 마지막으로 노고를 풀었다. 조민규 형제의 여자친구 최유미 자매가 모레 있을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여 수제 케이크를 들고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9시가 조금 넘어 우리는 모든 짐을 정리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필리핀에서의 모든 이야기와 생각들이 꿈속에서 펼쳐진 밤이었다.
마치며...
2010년 1월. 문래동 성결교회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필리핀 단기선교 준비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단기선교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었던 우리 교회에서 오랜만에, 그리고 갑작스레 시작된 일이었다. 2007년, 아프간에서의 교회 봉사단 피랍과 선교지의 사정 등으로 목표로 삼은 캄보디아에 갈 수 없어 급히 조직된 중국 선교여행 이후 3년 반만의 일이었다.
8월 선교를 위해 6월 초부터 사역을 정하고 모임을 시작한 그 때와 달리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한 이번 단기선교 모임이었다. 처음 모집을 시작한 1월 17일부터 우리가 필리핀으로 떠난 2월 7일까지의 단 3주가 단기선교 준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더 알차고 체계적인, 그리고 실현가능한 사역들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상황과 사람을 준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다. 현지의 상황에 대한 선교사님의 안내와 이전 선교 팀들의 흔적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었고, 준비하는 모든 단기선교 팀원들과 담당하신 김성호 목사님의 노력이 세세한 부분들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필리핀 땅에서 선교사님이 하시는 모든 일들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일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그 땅에서 하고 계신다. 평생의 사명으로 그 땅에서 모든 걸 바쳐 일하시는 선교사님의 모습에 우리 단기선교팀도 큰 감동과 도전을 받고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선교사님께서 우리 교회에 바라시는 건 오직 기도뿐이다. 언제나 교회에 오실 때마다 부탁하시는 것 또한 기도뿐이었다.
이전에 입국하셨을 때 선교사님과 청년부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교회와 많이 떨어진 곳에서 머무시고 계셨다. 교회에는 요청하지 않았지만, 교회나 어린이집, 또는 교회 근처에 간단히 머물 방 한 칸만 있으면 좋겠다고 조심히 말씀하셨다. 모국에 오랜만에 돌아오는데, 숙소가 너무 멀어 문래동 주변의 교회 사람들과도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보이셨다. 교회에서 기도 외에 선교사님을 위해 해 줄 일이 있다면, 타국에서 오래 생활하시다 교회에 잠시 오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한 작은 문화관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