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급의 속도와 상품의 생명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에는 시장적합성의 변화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제품이 5,000만 명에게 보급되는 속도를 비교해보자. 라디오가 38년, TV는 13년, 아이팟은 3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3G 휴대전화가 나와서 1,000만 명에게까지 보급되는데 3년도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데는 3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새로운 시장적합성은 그 직전 단계의 승리자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특정 제품이 너무나 좋아서 대중적으로 소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새롱누 상품에 익숙해지는 한편 이 상품이 없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 즉 욕구, 결핍을 갖게 된다. 세탁기가 없었을 때에는 세탁기 버튼의 반응속도, 세탁물을 집어넣을 때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불편함, 드럼세탁기 속에 아이들이 들어가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모든 문제, 욕구, 결핍 등은 세탁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느낌과 요구들이 모이고 모이면서 시장은 새로운 적합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때 마치 백마 탄 기사처럼 구글이나 애플 같은 새로운 벤처기업이 운 좋게 혹은 아주 눈치 빠르게 변화되는 시장적합성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은 급격하게 그들에게 열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체인저라는 영광의 칭호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전의 승리들은 기억조차 되지 못한다. 이렇게 시장에서 사라져간 거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미래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거대한 공룡기업들을 고사시키는 시장적합성의 변화도 빨리 찾아온다. 현재의 공룡기업들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빨리 올라간 만큼 빨리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명심하라. 공룡이 쓰러질 때는 공룡에게 의존했던 다른 모든 것들도 함께 쓰러질 것이다.
최윤식, 정우석 「10년 전쟁」 p.285
순간 차 안의 내비게이터에 과속운전 경보음이 울린다. 깜짝 놀란 그는 손도를 내린다. 그의 차는 그의 운전패턴을 평소에 파악하고, 그것이 달라질 경우 경고음을 울린다. 이 기록은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달된다. 급브레이크를 몇 번 밟았는지, 속도를 몇 킬로까지 올렸는지, 차선 변경횟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등이 모두 수치화되어 일정수준 이상이 될 경우 보험료가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최윤식, 정우석 「10년 전쟁」 p.142
이미 가상공간에서는 검색엔진의 새로운 혁명이 진행 중이다. 현재 검색엔진은 정보의 바다에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텍스트 검색의 수준에서 벗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를 강력하게 조정하는 것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정보 그 자체이다.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불리는 구글조차 현재 가상공간에 있는 정보들의 20퍼센트밖에 검색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용자들은 검색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정보의 쓰나미 때문에 검색을 포기하는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첫 징후가 바로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기존의 검색엔진을 사용하여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를 얻는 대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믿을만한 사람이나 집단지성에게 답을 구하는 새로운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들은 향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종국에는 이조차 불편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에 따라 내가 검색을 하지 않더라도 믿을만한 정보가 알아서 나에게 접속해오는 기술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결국 향후 10년 이내에 새로운 기술들의 개발과 융합이 사용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등장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현재의 포털이나 검색엔진은 내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패러다임에서만 존재하는 비즈니스이다. 하지만 내가 접속을 하지 않아도 가상공간의 정보가 스스로 나에게 접속해오는 시대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검색엔진이나 포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러면 현재의 포털이나 검색엔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라고 보는가? 우리는 이미 과거에 천하를 호령했던 네스케이프, 야후 등의 몰락을 지켜본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이메일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 심지어 컴퓨터황제로 칭송받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휘청거리는 상황을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최윤식, 정우석 「10년 전쟁」 p.32
이건희 회장은 경영복귀 후 첫 사장단 회의를 열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모두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뒤이어 '젊은 인재경영'과 '미래전략경영'을 모토로 내세우면서 그간 삼성을 이끌었던 주축들이 뒤로 물러나게 하고,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된 젊은 삼성으로서의 변화를 시도했다.
최윤식, 정우석 「10년 전쟁」 p.117
실제로 삼성은 애플처럼 혁신적인 제품이나 비즈니스혁신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품의 기술성능을 향상시키거나 기술혁신을 시도하고, 아니면 디자인을 새롭게 첨가해서 가격단가를 낮춘 다음 다양한 유통경로로 물건을 쏟아놓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삼성의 생명력은 다양한 유통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각 국가의 여러 기관과 친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필수불가결하게 여기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중국의 차기주석인 시진핑과 1시간 가량 독대한 점도 이를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미국시장을 우선시했다면, 향후 이재용 사장은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윤식, 정우석 「10년 전쟁」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