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여행

필그림하우스 후기

One Star 2013. 9. 24. 00:17

9월 13-14일. 필그림하우스를 방문했다.

전역하고 바로 가야지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9월이 되어서야 갈 수 있었다.


용산에서 ITX-청춘 열차를 타고 가평역으로 향했다

열차 안 승객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들고 타셨는데, 이상하게 햄버거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가평역에서 가평터미널로. 

필그림하우스에 가는 버스가 한참 후에나 와서, 1330-3번 버스를 타고 목동에서 내렸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목동이 아님)



중간에 내려서 필그림하우스에서 맛집으로 소개돼있는 '목동막국수'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아주머니들도 친절하시고, 카드밖에 없어 결제가 될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육수에 배즙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배 향이 많이 났다. 내가 먹은 막국수 중 최고!!

목동에서 버스를 타고 오목골에 내렸다. 돌아갈 버스 시간을 보러 건너편 정류장으로 향했다.




어느 친절하신 분이 버스시간표를 적어두셨다.

하지만 버스는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왔다;;





아무튼 필그림하우스 도착!




이날은 호우주의보가 있었다.

필그림하우스 도착하니 비는 그치고 산허리에 물안개가 생겼다.





항상 온돌방에만 묵다가 침대방을 신청해봤다.

온돌방에는 없는 실내 테이블이 따로 있었다.

화장실에는 수건, 비누, 휴지가 비치돼있고, 냉장고엔 생수가 2병 들어있었다.





숙소층마다 있는 쉼터. 조용히 이야기나누기 좋아보였다.

하지만 항상 비어 있고, TV도 켜져있지 않았다.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필그림하우스의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필그림하우스 주변에는 이렇게 논이 펼쳐져 있어서 다른 소음이 없다.






천로역정의 이야기를 따라 만든 산책로. 묵상하며 걷기에 좋다.





광야 테라스.

실외라 그런지, 여기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필그림하우스의 은자식당 메뉴판.

음식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 가득하고 정갈한 느낌이 난다.






부대시설 사용안내. 세면도구도 살 수 있고, 인터넷도 쓸 수 있다.

침묵기도실은 24시간 열려있어서 기도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식당은 식사시간이 짧으니 주의.

북카페에서도 간단히 한 끼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필그림하우스 통성기도실의 십자가.



필그림하우스 기도제목


- 재무설계사를 꿈꾸는 내 비전이 나의 생각인지 하나님의 생각인지..


- 돈 욕심 없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려는 직업인데, 과연 내 욕심을 이겨낼 수 있을지.


-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과, 이에 대한 지금부터의 실천 정하기.


- 배우자를 위한 기도


- 위 문제들에 대한 진실한 고백


나오면서 든 생각들..


필그림하우스를 나오면서 내가 나온 군 부대에 들렀다. 이제는 남남이지만, 아직 그곳에 가지고 있던 미련들을 떨치러 간 것 같다. 이삭토스트에 들러 토스트와 음료수를 들고 부대로 들어갔다. 여전히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군부대를 나오면서, 나는 뭔가를 받기보다 주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이 그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 이익을 위한 재무설계는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익이 된다 해도 조금이라도 더 뭔가를 주고싶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도제목은 해결된 셈이다.

 

 필그림하우스에서 내가 하려는 일의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장점은 많았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역시 위아래가 크게 나누어진 조직이 아니라는 점. 자기시간을 내는 것이 자유롭다는 점. 술과 회식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컸다. 보험사보다 몇 배 일하고도 더 적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단점들은 그리 걱정할 만한 게 없었지만, 이 문제가 고민이 됐다.

 이에 대해 정리된 생각은, 정말 내가 이 일로 생활이 되지 않아 포기하게 된다 해도 그 시간 동안이라도 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양심적으로 되는 데까지 해 보고 3년 후에 그만둔다 해도 나는 스물아홉. 힘들긴 하겠지만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 이 마음가짐으로 3년을 버틴다면 더 이상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 확신이 있다. 3년 동안 사회봉사를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배우자에 관한 기도. 사실 기복신앙을 심각하게 믿는 교회들에서 이에 대한 나쁜 생각을 사람들에게 많이 준다. 키와 몸무게, 외모와 직업까지 완벽히 놓고 기도하면 그에 맞는 짝이 나타난다는 방식이다. 대형 교회에서 이런 설교를 하면, 그 교회에서 1~2명은 저렇게 된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그 교회에서 가장 믿음 좋은 청년이었나? 나머지는 아닌가? 우리가 구할 때 하나님이 주시는 것에 대해 내가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만물과 달리 '자유의지'를 준 인간의 마음을 돌이키는 일은 하나님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의 기도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할 일 없다. 그냥 항상 하던대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했다. 여기에 추가로, 천로역정에서 주인공을 돕던 네 자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신중, 경건, 분별, 자애.

 다 갖추면 좋겠지만, 그래도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감사'다.



Financial Planner.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한 질문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가?

 - 돈에 관심은 있지만 욕심은 없는 삶을 원칙으로 한다.

 -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


돈의 유혹에서 흔들리지 않을 원칙이 있는가?

 - 기부와 봉사활동 등, 돈이 되지 않아도 삶의 가치를 높이는 재무설계를 

   함께 준비한다

 - 저축의 최소액, 소비의 최대액을 미리 정하고.

   그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기부하거나 헌금한다.(매년 1회 갱신)


내 믿음을 고백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 매주 고객들에게 전자우편, 블로그 등으로 소식을 전하며 고백한다.

 - 기독교 사업을 하는 기업에 내 일에 대한 소개 편지를 보낸다.

 - 주일에 세미나나 간증이 있게 될 경우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