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이란? 행군 팁과 주의사항, 그리고 행군 인솔 방법..
숫자로 보는 나의 2011년 - http://stevia.tistory.com/246
윗 글에서 저는 2011년에 520km를 걸었습니다. 행군으로만.
2012년부터는? 사실 1,000km 정도 될 것 같지만, 완전군장으로 간 적이 없어서 생각해본 게 없네요 ㅋㅋ
저는 이렇게 무전기 하나 손에 들고 경광봉하나 들고 열심히 인솔하는 임무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신병교육대대 카페에 올라온 사진이라 사실 보정할 필요가 없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자이크)
아 키 큰 애들을 앞에 세웠더니 ㅠㅠ
아무튼..
2009년, 10년, 11년 동안에는 정말 군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2011년이 되니까 더 이상 행군이 두렵지 않은.. 그냥 행군하라면 차라리 맘이 편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 맘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발이 적응을 해버리더라구요 ㅎㅎ
그러는 동안, 그리고 이후 2013년까지 행군 인솔자 역할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풀어보려 합니다.
#1. 행군은 왜 해요?
전쟁이 날 경우, 포병은 포병끼리 상대 포병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포를 쏩니다. 그 동안 우린 걸어가겠지요.
다 차로 후송해주면 좋겠지만, 도로 상태가 정상일 리 없고 실어주는 운전병들은 그 뒷임무를 하려면 사지를 다시 돌아가야합니다.
그 외에 엄청나게 복잡한 이유들이 많이 있겠지만, 일단 전반적인 이유는 '전시에 처지지 말고 작전지역까지 도착하라고'입니다.
그리고 작전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는데, 이 때 역시 차는 희망사항이겠죠?
다 같이 움직이는 육군의 특성상 다 태워서 움직일 순 없습니다. 걸어가야 합니다. 결국 체력단련을 틈틈이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육군 규정에 따르면, 보병은 연 300km의 행군 훈련을 하도록 되어있다네요.
다음, 행군은 제대로만 한다면 체력단련에 가장 도움이 됩니다.
제대로 안 한다면 발목, 허리, 어깨, 발 전체가 망가지니까 문제지만...ㅡ.ㅜ
실제로 2011년에 행군이 더 이상 싫지 않았을 무렵에 제 허벅지는 제가 달고 있어도 뭔가 어색한 수준이었습니다.
그거 외에는 뭐... 복근은 커녕 뱃살이 줄지를 않아요. 뱃살은 유격으로 뺍시다.^^
다음. 가장 중요한 요소죠.
군대에는 시간과 인력이 남아돕니다.
남아도는 시간, 그리고 인력을 놀리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하는 체력단련. 야 너네는 행군이다~!!!
물론 이 세 번째 요소는 국방부의 공식적인 행군 목표는 아닙니다.ㅋ
하지만 실제 이렇게 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 부대에 유격이 떨어졌다. 2주일짜리로.
근데 대대장님은 유격 2주 통제도 걱정될뿐더러 얘네가 할 체력도 없어보인다.
그럼 1주일 유격에 1주일 복귀행군으로 연대장과 쇼부...아니 합의... 아니 아무튼 그런 걸 보게 됩니다.
(그리고 밑에서는 '우리 대대장이 연대장한테 잘 보이려고 1주짜리 유격에 1주 행군을 더했다' 라는 이야기가..)
(물론 그런 경우도 많음 ㅋㅋ)
아무튼, 행군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 즐겨야죠.
#2. 행군이 힘든 이유
행군중에는 보통 시간당 5km를 걷게 됩니다. 완전군장을 하고 시간당 5km의 속도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앞에 지휘하는 지휘관은 아무것도 안 메고 있을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문제는, 그 상급 지휘관은 레토나를 타고 뒤에서 따라온다는 겁니다.
야간행군때는 부대가 행군을 복귀해야 상급 지휘관이 들어가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중대장급인 행군 통제 지휘관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행군을 끝냅니다. 그래야 빨리 쉬니까요..
하지만, 더 상급지휘관(예를 들면 사단장님)이 따라오면? 다시 행군속도는 정상화되거나 때로는 느려질수도 있습니다.
"어? 왜 벌써 들어왔지? 이거 행군코스가 짧구만!!"
이렇게 되면 망하거든요;;
아무튼, 평소 대대장님과 어느정도 암묵적인 뭔가가 있을 땐 둘 중 하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행군 거리를 줄여 지름길로 돌아오든가, 아니면 빨리 가든가(...)
덕분에 정상적인 훈련보다 몸에 과부하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아픈 곳이 많아집니다.
그럼 정상적인 행군은요?
육군훈련소처럼 행군코스가 수십 년 동안 쓰여 왔고 행군시간이 어느정도 표준화된 부대라면,
그게 아니라도 전통 있는 부대라면 저럼 꼼수를 쓰기 힘들겠죠? 그럴 땐 정상적입니다.
그럼 정상적인 행군이면 편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30km 행군이면 8시간을 행군하게 됩니다. 규정상은 50분 걷고 10분 쉬고.
그리고 8시간동안 앞 사람 발만 쳐다보며 걷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위의 행군이 최악이긴 하지만, 보통의 행군도 헬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에도 행군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는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행군의 가장 큰 문제는 물집!ㅠㅠ
다음 문제들은 생략합니다. 모든 복합적인 요소가 물집이라는 결과로 나오거든요.
(습관성 어깨탈골이라거나 갈증이라거나 이런 거 빼고)
#3. 행군 팁
가장 좋은 건 무게를 줄이는 것이지만, 줄일 방법은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무게를 줄이는 방법 외의 팁을 공유해보도록 해요!
1. 군장을 짱짱하게(?) 싸라.
군장이 헐렁거려서 안에 있는 내용물이 따로놀면 걸을때마다 충격이 더해집니다.
물론 정상적인 군장이라면 저럴 일은 커녕 있는 물건도 다 넣기 힘들겠지만,
장교후보생 훈련마냥 '우린 아침마다 산악행군인데 군장 쌀 시간 없으니 이 모래주머니를 넣으렴'
이렇게 되면 모래주머니 하나가 모포가 들어갈 부분을 다 커버하기 때문에 자리가 남습니다.
쉬울 것 같았지만, 체감상 이건 사람 몸에 좋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ㅠ_ㅠ
2. 무게중심은 몸 뒤가 아닌 중앙!
최대한 빈 공간이 없도록 싸고, 중요한 건 '무거운 물건은 몸쪽으로 밀착'입니다.
그것도 아래쪽으로 밀착되는 것보다는 어깨와 어깨 사이 등 쪽에 있는 게 제일 편했습니다.
완전한 중앙을 만들 수는 없고, 군장을 착용하고 일어서서 몸을 앞으로 살짝 구부렸을 때
뒤로 기우뚱하지 않는 게 좋은 무게중심입니다. 앞으로는 어느 정도 선에서는 괜찮습니다.
물론 군장의 무게가 어마어마해지면 앞으로 쏠리지 않는 게 좋아요.
3. 배낭 끈 길이는 최대한 짧게!
사회에서 엉덩이에 가방 걸치고 다녔던 분들. 군장으로 그러면 허리 그냥 나갑니다.
팔을 넣기 힘들 정도로 최대한 짧게 당겨야 군장을 지고 일어설 때 느낌이 올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행군이 편하진 않아요. 하지만 낙오는 면할 수 있습니다.
훈련병 중 대부분 낙오하는 인원들은 저 어깨끈이 늘어져 있습니다.
훈련소에서 군장을 받았는데 내 군장 끈이 도저히 조절할 수 없는 상태의 폐급이라면?
얼른 조치를 합시다. 없으면 일단 교관이나 조교한테 말해봅시다.
중간에 자기가 맡은 소대가 처지는 게 싫다면 바꿔줄테지만,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FAIL..
기수를 맡은 훈련병에게 바꿔달라고 하거나, 열외하는 훈련병과 바꾸세요. 몰래 ㅋㅋ
4. 전투화는 앞뒤가 남지 않게.
수천 명의 발들로 제 나름의 분석을 한 결과, 발볼문제로 좌우가 남는 사람들은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앞뒤로 남아서 발가락 위나 발 뒤꿈치가 계속 스치는 경우 물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문제가 없어도 생깁니다. 하지만 저런 경우는 좀 심각하게 생겨요 ㅠ.ㅠ
전투화를 받을 때 최대한 발에 맞게 달라고 합시다... 말은 쉽지만 쉽지 않지요..
그래도 안 된다면, 양말을 두 겹 신든 어떻게든 빈 공간을 줄이는 게 유리합니다.
5. 물집방지패드를 이용하자!
훈련소에서는 부대방침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많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집에서 보내 준 사람에 한해서 쓸 수 있었습니다만.. 효과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아닌 경우는 꽤나 유용하게 보였습니다. 적어도 없는 것보단 낫겠죠?
6. 제발 신형 전투화 주세요!!
사실 위의 전투화 문제들은 이걸로 그냥 해결됩니다.
신형전투화는 구형전투화와 차원이 다른 물건입니다. 트랙스타 제품이거든요.
이거 사용하고 나서 물집으로 고생하는 훈련병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습니다.
40km행군을 마치고 왔는데 "에이, 행군 별 거 아니네!!" 소리를 듣고서 전투화를 바꿔 신기고 다시 행군을 시켜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럴 필요하 전혀 없음을 인지하고서는 '아, 이게 피해의식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나네요 흐흐
7. 앞사람이 가면 나도 간다.
처음엔 행군하면서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갔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지요. 다음 행군 때도 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행군은 다른 생각 하기도 쉽지 않으면서 시간이 더럽게 안 갑니다 ㅡ.ㅜ
(물론 나중에 행군이 편해질 땐 그냥 걷는 것 같은 잡생각들을 해댔더랍니다)
머릿속에서 재생하는 노래는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아도 길은 계속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은 너무 여러 번 해서 이제 마음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냥 앞사람만 보시고, 앞사람을 나의 아바타로 만드세요.
저 녀석 쓰러지면 나도 안할란다, 근데 쟤가 걸으면 나도 갈 거야!!
이런 마음으로 그냥 걸으세요.
물론 이러다 앞사람이 열외하면 멘붕이 크니까 앞 사람을 잘 살펴봅시다.ㅋㅋ
8. 물집은 완벽히 제거!
물집 제거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알려주는대로 바늘에 실을 꿰어서 물집을 통과시키면 됩니다.
하지만 물집 안에 고름은 생각보다 쉽게 굳고, 제대로 빼지 않은채로 다시 발을 디디면.....
발바닥 때문에 죽고싶은 기분이 든다는 게 얼마나 자괴감을 주는지 느끼게 됩니다.ㅋ
9. 물은 조금씩 나눠 마시자
가장 좋은 방법은 어디서 물을 주는지 먼저 정보를 습득하는 것!
하지만 그런 거 없이 여름행군 때는 그냥 일단 마시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중요사항
가끔 군생활을 옛날에 한 사람들 / 그 사람들에게 배운 교관 / 알지만 물이 아까운 교관들이
'물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땀이 더 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제가 군생활을 할 때 어느 군의관 대령님이 올린 에세이에 보니
군대에서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군대가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사람이 행군할 정도의 상황에서 물 많이 마셔서 위험한 경우는
물먹는 하마가 아닌 이상 없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더 신빙성있어 보입니다.
#4. 행군을 인솔할 때
뭐 길 건널 때 한 번에 건너야지 줄줄이 건너면 사고의 위험이 높다 이런 건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제일 답답했던 건 행군속도입니다. #2에서 나오는 이유로 엄청난 행군 속도를 자랑하게 됩니다.
행군을 하다 보면 맨 뒷 제대는 항상 걷다 뛰다를 반복합니다.
왜 그럴까요? 원래 뒷제대는 그래야 하는 걸까요? 아니겠죠.
행군을 크게 4개 제대로 간다고 합시다. A, B, C, D입니다.
* 오르막이 나타났을 때
A제대와 B제대는 오르막을 다 지나 평지에서 원래의 속도로 걷게 됩니다.
C제대는 올라와보니 B제대가 저기 앞서서 가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냅니다.
D제대가 보니 C제대가 빛의 속도로 앞서 행군하고 있기에 뛰어갑니다.
* 내리막이 나타났을 때
A제대와 B제대는 신나서 내리막을 내려갑니다.
C제대는 내리막 시작 지점에서 보니 앞제대가 신나게 내려가고 있기에 속도를 냅니다.
D제대는 내리막을 걸어내려가는지 굴러내려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는 원리도 길게 설명하면 이것과 비슷하지만 넘어갑시다 ㅎㅎ
그러니, 앞제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면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오르막에서는 오르막을 통과했을 때, 내리막에서는 내리막을 만났을 때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딴 거 무시하고 일단 나는 C나 D제대인데 앞 제대가 빨리 간다면?
지휘자가 길을 안다면 앞 제대 신경쓰지 말고 마이 페이스로 적당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평지에서 최대한 앞 제대와 붙어서 움직이고, 떨어지기 시작할 때 적당히 속도를 높입니다.
어차피 행군에는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다시 붙는 일은 금방입니다.
죽어라 따라붙었더니 앞 제대가 오르막을 만나 밀리는 경우는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최대한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인솔해야 낙오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평지에서 앞 제대랑 최대한 붙고, 언덕을 만나면 속도를 늦췄습니다.
이렇게 행군 통제를 했기 때문에 항상 제가 맡은 소대에서는 낙오자,열외자가 가장 적었습니다.
대신... 평지에서는 너무 가깝다고, 언덕에서는 너무 떨어졌다고 중대장님께 항상 욕을 먹긴 했습니다만ㅠㅠ
이후 대대장님이 바뀌면서 훈련 중 행군 간격을 20미터로 줄여버렸고, 그 뒤로는 욕 먹을 일이 없었지요ㅎㅎ
나머지 팁은 여기도 한번 참고해보아요~
http://mirror.enha.kr/wiki/%ED%96%89%EA%B5%B0
(물론 탈수 관련 이야기는 제가 쓴 게 더 믿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