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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어느 부유한 지역의 대형 교회인 제일교회. 담임목사인 맥스웰 목사는 환상적인 4중주를 펼치는 성가대와 가득 찬 성도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설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설교 도중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마 전 집에 찾아와 일자리를 달라고 하던 남자다. 그는 한동안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구했으나 아무도 자신을 신경쓰지 않았다고 호소하고는 쓰러진다.

 이 남자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맥스웰 목사. 그는 앞으로 일 년 동안 매 순간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신과 함께 할 성도들을 모집한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에 상관 없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물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교회가 먼저 바뀌기 시작한다. 맥스웰 목사는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와 교인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가득 품은 설교를 진행하고, 성도들은 성령의 임재를 느낀다. 뛰어난 노래와 미모를 모두 겸비한 레이첼의 찬양. 이전고 달리 무의식 중에 자신을 높이려는 모습이 사라지고, 성도들도 전과 달리 박수를 치지 않고 경건의 침묵과 부드러운 사색으로 찬양을 듣고 감동을 받는다.

 매주마다 맥스웰 목사의 뜻에 동참하려는 성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의 삶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부분들을 공유하며 해결책을 나눈다. 성도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예수님의 모습 보이기 시작하고, 비슷한 옷차림과 교육 수준, 관습을 가진 사람들을 넘어 지역 주민 모두에게 다가가는 맥스웰 목사의 모습이 거리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기 위해, 사람들은 더 간절히 기도한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으려 하면 할수록 사회의 장벽과 자신의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에서도 묵묵히 설교를 준비하던 맥스웰 목사는, 작은 천막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런 모임에서 설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도한다. 그가 그동안의 설교에서 한구석에 미뤄 둔, 사회의 더럽고 위험한 문젯거리로만 여긴 '대중'이라는 한 덩어리를 이제 하나하나의 인격으로 여기고 그들에게 예수님이라면 하셨을 일들을 떠올린다. 분노도 아니고 훈계도 아니었다. '동행'이었다.

 그렇게 제일교회는 지역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하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고민하고 행동하고 결과가 나왔다. 끝!' 이 아니라, 이런 과정들 속에서 서약을 한 개개인이 가진 고뇌와 서로간의 도움 등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인 찰스 M. 쉘돈은 목사이며 작가다. 실제로 실직한 인쇄공으로 가장하여 시가지를 헤매며, 기독교인들의 냉대와 무관심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책 초반에 나오는 한 남자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은 1890년대에 쓰여진 책이다. 놀랍게도 현실의 한국 교회에서 나오는 비판들과 이 책의 상황이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 교회는 특정인들만 발을 디딜 수 있는 사교적인 장소가 되어버렸고, 지역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더럽고 타락했다는 이유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식한다. 이런 교회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이어지는 책의 후반부에서는 오늘날의 한국 교회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기독교의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지만, 책 전체적인 내용은 읽으면 행복과 감동을 준다. 개개인이 자신을 버리고 제자도를 따를 때 나타나는 평안함과 서로간의 사랑 그리고성령의 임재, 또한 초기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 각자 가진 것을 서로를 위해 사용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나타나 있다. 

 지금 내 삶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꿔야 할까? 솔직히 그렇게 물어볼 자신이 없다. 잘못되고 있는 것도 많이 있지만, 내 위치에서 그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하기.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