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
이 문장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을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칙을 확대하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인류사에서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에 대해 설명해준다.
야생 후보종 148종 중 14종만이 가축화에 성공했다. 가축화를 위해서는 많은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식성 : 체중 450kg의 소를 키우려면 옥수수 4500kg이 필요하다. 더구나 체중 450kg의 육식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옥수수 45000kg을 먹고 자란 초식동물 4500kg을 먹여야 한다. 이렇게 근본적인 비효율성 때문에 육식성 포유류는 단 1종도 가축화되지 못했다.(개는 잡식성)
성장속도 : 고릴라나 코끼리가 다 자랄 때까지 15년을 기다려 줄 목장주가 어디있을까? 현대의 아시아인들이 사역용 코끼리를 얻고자 할 때도 야생에서 사로잡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감금·번식 : 길들인 치타는 수렵용으로 개보다 월등히 뛰어난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감금 상태에서 치타를 번식시키려는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성격 : 일본의 아이누족은 의식의 일종으로 회색곰 새끼를 일상적으로 길렀다. 회색곰은 주로 초식성이며 인간이 남긴 쓰레기도 잘 먹고 성장도 빠르다. 그러나 아이누족도 새끼가 한 살 가량 되었을 때 잡아먹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상 기르는것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겁먹는 버릇 : 신경이 예민한 종들은 감금 사태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가둬놓으면 겁을 집어먹고 그 충격으로 죽어버리거나 탈출하려고 울타리를 마구 들이받아 머리가 깨져 죽기 십상이다. 가젤이 그러한 경우다. 걸핏하면 정신없이 내닫고 벽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들이받는다.
사회적 구조 : 각자 세력권을 갖고 혼자 살아가는 동물들은 몰고 다니기가 불가능하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인간을 기억하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복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동물도 연중 교미철이 되면 각자 세력권을 지키는 바람에 가축화에 실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