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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중소기업 대표들의 이야기 - <제로 플러스 : 배짱 두둑한 리더가 성공한다>

이번 위드블로그 지원을 통해 받은 책은 <제로 플러스>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 현대자동차의 부품 협력사 중 모범적인 9개 기업의 사장님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인 박상복 씨는 현재 현대자동차 품질평가팀 과장으로 지내면서 부품협력사들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직접 해결을 해야하고 주의를 주고 때로는 소송도 불사해야 하는 자리인만큼, 입에 발린 소리를 해야 할 상황이 아닌 분이 쓰는 이야기이니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추천인들을 살펴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였던 양준혁 해설위원의 이름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해설위원이 아닌 양준혁야구재단의 이사장이란 직함으로 이 책의 추천사를 쓰셨는데, 어떤 인맥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의 관계...는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저자와 특별한 인연을 쌓기도 쉽지 않을텐데... 아마 나이가 비슷? 동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서문을 읽어봤습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들 중소기업의 남다른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리더십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고 합니다.


 첫째, 긍정적인 마인드입니다.

 둘째, 소위 스펙이라는 객관적인 잣대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일에 대한 집중과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넷째, 성공을 한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국가발전을 위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치열하게 절실하게 당당하게"


<제로 플러스>의 책 뒷면에 나오는 표어입니다. 이 표어에서 위 다섯 가지 공통점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아래부터는 각 파트별로 9분의 대표님들이 이 중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세원정공 본사를 방문한 건 2012년 연말이었다. 1989년 공장을 이전하며 지은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연구소나 품질관리센터 같은 새로운 조직도 입주시켰다.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확 잡아끄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공사가 한창이었고 주변 환경은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화장실은 정말 어느 호텔보다도 멋지고 럭셔리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조명도 밝았고, 아주 큰 대형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마치 패션몰처럼 전신을 다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최고급 화장실 인테리어는 세원정공 본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영천에 있는 계열사인 세원물산, 세원이엔아이, 미국 세원아메리카의 모든 화장실이 여느 호텔의 화장실보다 깨끗하고 좋았다.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여느 회사들처럼 얼굴만 겨우 볼 수 있는 작은 거울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장 관리이사를 불러 큰 거울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작은 거울이 큰 거울로 바뀌자 직원들은 머리 모양새부터 옷차림, 안전화 착용상태까지 자신의 모습을 깔끔하게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생산현장에서 옷차림이 너무 편하고 헐렁하면 오히려 긴장이 사라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조회시간마다 작업복이나 안전화를 잘 챙기고 단정하게 입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다. 이럴 때는 스스로 눈으로 보고 고치게 해야 한다. 그러면 관리가 된다. 큰 거울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고 화장실에 전신거울을 달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 전신거울은 직원들 스스로 체험한 자기관리의 상징이 되었다.

 저 유명한 피터 드러커와 <디테일의 힘>으로 잘 알려진 왕중추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사안을 눈으로 볼 수 있게 수치화해야 잘못을 바로잡고 혁신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뭐든 눈으로 명확히 볼 수 있으면 관리가 된다. 공연히 담뱃갑에 썩은 폐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가장 금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의 화장실 경영학은 '볼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철학을 깔고 있다.

「제로 플러스」p.23


세원그룹의 김문기 회장은 심리학에서 나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을 경영에 도입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자신의 옷차림을 한번 더 점검하고 돌아보는 것이 결국 생산현장에서 조금 더 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이어준다는 생각. 그 생각으로 김문기 회장은 화장실의 거울들을 전신거울로 바꿨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모든 직원에게 스포츠카를 사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서중호 사장. 사우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직원들을 보고서는, 그 다음부터는 골프장에 가서 골프백을 메고 홀을 돌았다고 합니다. 절제가 생명이라는 그는 위의 세 멘트 중 '당당하게'를 모토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푸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 각종 자선단체에도 많은 기부를 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사에도 적극 나선다고 합니다. 





 9명의 대표 중 유일하게 전과자(?) 출신인 강성진 사장. 배워둔 권투, 그리고 정치범과 함께 수용된 처지여서 교도소에서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과자 출신으로 받은 설움이 그를 지금의 월드솔루션 사장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고아에 전과자출신으로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한 표어는 아마 '절실하게'였을 것 같습니다. 회사가 발전하는 모습을 눈으로 볼 때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펑펑 울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양진석 사장은 '자기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면 남의 마음에도 꼭 들 것이다'라는 철학으로 부품회사를 경영한다고 합니다. 중국회사와 한국회사의 근본적 차이점에 대해 중국 경영인에게 들은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국가를 위한 마음이 뭔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인의 눈으로 본 거니 조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고인이 되신 분이지만 그 경영철학 때문에 저자가 이 자리에 꼭 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아, 말을 하여다오. 너와 나의 30년 인연으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법을 한 가지만이라도 알려 주렴. 바보 같은 소리지만 너는 영원하고 나는 앞으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너는 언제든지 재생되어 환생하는 비밀을 가졌으니 내가 죽기 전에 한 수 가르쳐 주렴.'

 - 故 김인찬, '플라스틱과 나'의 독백 중에서


이 간절함이 들어 있는 글만 보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 분이셨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도에서 한 명씩 뽑은 모범청소년 선발에서 서울 대표로 뽑힌 특이한 이력을 지닌 최광오 사장.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도와 상을 받은 그 경험 덕분에, 지금도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위너콤을 하나의 사회적 기업처럼 만들고 싶다. 직원들 모두 나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즐거움을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나에겐 부모님이 살아 계신 것도 아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직원들이 내가 가진 전부이다. 직원이 밝게 웃으면 내가 행복하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튼튼해지고 가정도 튼튼해진다. 나아가 국가도 부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위너콤을 육신과 영을 모두 건강하게 해 주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제가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은 챕터입니다. 위너콤의 CEO 인사말을 보면, 첫마디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가 나옵니다. 기독교적인 비전을 가지고 기업 경영, 그것도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입장인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매출액이 10% 늘면 직원 봉급도 10% 올려주는 임금체계 시스템에서, 위너콤의 마인드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연봉협상 시 독서량과 봉사활동시간을 점검한다는 것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런 회사를 가면 좋겠지만, 김해.... 김해.... 김해에 있는 회사랍니다 ㅠ_ㅠ 사장님께 메일을 보내 기독교기업좀 추천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구글링을 해도 메일주소를 알기는 쉽지 않네요. 편지를 써야 하나?


 



 그의 소신에 관한 에피소드가 한 가지 더 있다. 코오롱 그룹의 이동찬 회장과 회사 사무실에서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많은 직원이 대국을 구경하게 됐다. 당시 이동찬 회장은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러자 주변의 상무들과 중역들은 자신들이 애가 닳아 한 수 물러주라고 재촉했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사자인 이 회장은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그도 시종일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바둑을 두었고 결국 대국에서 이겼다. 바둑을 끝낸 뒤 이 회장이 물었다.

 "왜 아까 한 수 물러주지 않았나?"

 질책이 아니었다. 시험이었다.

 "회장님, 저는 일도, 바둑도 언제나 최선을 다합니다."

 이 회장은 바라던 대답을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중역회의 때 이동찬 회장은 공개적으로 그를 칭찬했다.

 "김 부장처럼 소신 있게 일하라. 바둑 둘 때 한 수 물러주듯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일하면 그 회사는 망한다."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당당해야 한다. 비굴한 이와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주눅이 든 직원을 거두는 CEO도 드물다. 항상 당당해라.


「제로 플러스」p.254


행복 경경을 추구한다는 동진이공의 김은호 회장, 코오롱 그룹의 이동찬 회장의 일화입니다. 아래로는 행복을 추구하고 위로는 소신을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마지막입니다. 진성현 사장은 '야마꼬'라고 불리는 시다공부터 시작해서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모기업을 인수하는 모험수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기계공이 인문계 출신이라고 구박당하던 시절이 있어 더욱 이를 악물고 나아갔다고 하네요.



이렇게 9인의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아홉 분 모두 공통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좋은 이유입니다.


물론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공감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까지 포스트에 모두 올리면 책을 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소개하겠습니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직접 말하는 중소기업의 강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제로 플러스>를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