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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눈물을 마시는 새/피를 마시는 새] 카시다 암각문과 정신억압(1)



보통의 판타지 소설은 가상현실에서 내 맘대로 써 보는 '스토리'에 집중해서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은 다릅니다. 작품 내의 세계는 작가의 철학을 풀어나가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제가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이하 눈마새,피마새)를 일 년에 한 번은 정독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방대한 이야기를 다 풀어낸다면 너무 길고 재미도 없어지니 그냥 책을 보시고...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눈마새의 시작부터 등장한 '카시다 암각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카시다라는 마을에는 고대로부터 보전해 온, 글자가 새겨진 돌이 하나 있습니다.

돌판은 세월의 흔적 때문에 군데군데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암각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카시다 암각문의 내용입니다.


지배자, 상인, …등 의 권능을 소원하는 많은 이들이 분명히 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용인들 중에는 영웅이나 위인은 커녕 이름이 좀 알려진 조차 없다. 용인의 권능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이 소유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에게 지배당할 위험에 노출되게 만드는 것이 용인의 능력이다.


 들은, 둔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는 이 사실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마지막 지워진 부분. 

이 부분은 소설에서 두 번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전쟁으로 인해 카시다의 모든 사람이 몰살하고 홀로 남은 소년.

그 소년은 지나가는 여행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합니다.

그리고 여행자가 준 칼로 암각문에 '미움'이라는 글자를 새깁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미움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 여행자가 이 돌에서 휴식을 취하다 '미움'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립니다.

카시다 암각문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눈물을 마시는 새는 끝납니다.


지배자, 상인, …등 의 권능을 소원하는 많은 이들이 분명히 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용인들 중에는 영웅이나 위인은 커녕 이름이 좀 알려진 조차 없다. 용인의 권능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이 소유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에게 지배당할 위험에 노출되게 만드는 것이 용인의 능력이다.


 들은, 둔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는 이 사실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을 읽은 분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아닌 분들에게 생소한 단어가 있습니다. 용인입니다.



눈마새에서 용은 식물입니다.

용은 용근을 낳고,(?) 용근은 시간이 지나면 발화하고 아기 용이 됩니다.

용인이란, 용근을 먹은 사람입니다. 즉 용이 되기 전 식물의 모습을 섭취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용인은 일반인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눈마새에서 나오는 인물 중, 용근을 먹고 용인이 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륜 페이라는 인물입니다.

륜 페이는 용인의 능력을 얻게 되지만, 그 능력은 소설에서 끔찍하게만 보여집니다.

용을 타고 전쟁에 참여한 륜 페이는, 용이 죽이는 수천 명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실시간으로 느끼게 됩니다.

끝없이 괴로워하고, 자기의 능력에 대해 저주하게 됩니다.








소설이 완결된 뒤, 이영도씨의 팬들은 카시다 암각문을 완성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팬들이 유추한 해석본입니다. 



지배자, 상인, 마립간용인의 권능을 소원하는 많은 이들이 분명히 주지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용인들 중에는 영웅이나 위인은 커녕 이름이 좀 알려진 조차 없다. 용인의 권능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타인이 소유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타인에게 지배당할 위험에 노출되게 만드는 것이 용인의 능력이다.


 사람들은, 둔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는 이 사실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역시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립간이 왜 판타지에서 튀어나오는지 궁금하시면 소설을 읽어보세요)






아무튼... 긴 여운을 남기게 하는 이 암각문에서, 저는 항상 뭔지 모를 감동을 받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

내가 너의 마음을 100퍼센트 알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내가 너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