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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팔복-최춘선 할아버지

지하철에서 이상한 복장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전하는 한 할아버지.
주문 같은 이상한 전도글을 이마에, 가슴에 써 붙이고 다니고, 한겨울인데도 맨발로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광인(狂人)의 모습입니다.

그 누구도 할아버지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스쳐 지나갑니다.
문득 이 할아버지의 기행이 궁금해진 한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수 년에 걸친 우연한 만남. 그 만남을 통해 할아버지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할아버지는 당신이 '천사'라고 표현하는 아내와 함께 번듯한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공부하셨고, 우치무라 간조 등 일본 기독교의 초석을 세운 분들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세례는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님께 받았고, 이후로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집안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잣집이었습니다. 지금은 세 동네로 나뉘어질 정도로 드넓은 김포 지역의 땅이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만난 뒤, 십자가의 그 빚을 갚을 길이 없어 6.25 전쟁으로 내려온 피난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움막이라도 지을 땅을 아낌없이 나눠 주다 보니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저 광인으로만 보였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느 성자의 모습, 선지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눈에는 어떤 세상이 보였던 걸까요?


저는 길에서, 지하철에서 이런 분을 만나면

같은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창피한 마음만 들게 됩니다.

그래서 최춘선 할아버지의 저런 모습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난 뒤에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이며 살려고 애쓰고 있지만,

과연 최춘선 할아버지처럼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