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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서울대학교병원 편도선수술 후기

미루고 미뤄왔던 편도선수술을 하고 왔습니다.

수술/입원한 병원은 혜화역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 담당교수님은 공일규교수님입니다.


#1. 편도선수술이란

그림으로 간단히 설명!


출처 : 네이버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EP.29_원한의 편도



 평상시에는 저렇게 목구멍 옆에 나와있는 편도에 이물질이 끼기 쉽고, 감기가 들 경우 쉽게 부어오르게 됩니다. 붓고 나면 침을 삼킬때마다 편도끼리 맞부딪히면서 아프고, 거기다 점점 목이 부어가면서 결국은 고열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은 감기도 꼭 고열로 발전하는 문제가 생기지요 ㅠ.ㅠ

 사실 그 동안은 어떻게든 약으로 버텼지만, 군에서 아프니 이건 답이 없더라구요. 물론 많은 분들이 배려해주셔서 살아남을 수는 있었지만 추운 철원의 겨울이 몇 배로 추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만 미루다보니 10월이 되었네요.




#2. 서울대병원 진료예약/접수


 이왕 하는 수술, 큰 병원에서 하려고 서울대학교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서울대병원으로 오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겠죠?

그래서 큰 병원은 별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진료의뢰서를 받고, 진료예약에 들어갔습니다.

진료예약은 인터넷접수, 전화접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택해서 진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예약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보통 한 달 가량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는 사람도 없고, 큰 병원이니 다들 좋다고 생각해서 2주 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분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2주 후..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분 또한 수술일정은 6개월이 밀려있어서(...) 수술은 다른 분에게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마취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한 몇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를 위해서는 금식이 필수이기때문에.. 

두 번 걸음하기 싫으신 분은 아예 진료날 자정부터 금식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수술 전에 수술을 담당하신 공일규 교수님을 만나서 다시 진료를 받고,

수술을 하기 위해 지난 10월 30일에 입원했습니다. 병원만 4번을 간 거죠;;




교수님과의 대화


 - 수술 뒤 많이 아프다. 하지만 금방 괜찮아 질 거다.

 - 레이저 절제술은 수술 후 상처부위가 쪼그라들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 대신 상처부위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상처 부위를 지진다.

 - 지진 상처부위는 딱지가 앉혀진 다음 떨어지게 된다.

 - 그 전에 덩어리를 삼키가 딱지가 떨어지면 출혈이 엄청나다. 종이컴 3개 이 정도?

 - 바나나킥, 카스테라 먹다가 실려온 환자들 있다. 최소 열흘은 죽만 먹는 걸 추천!

 - 수술 후에는 목젖이 부풀어올라서 혀와 달라붙어 있게 된다. 줄어드니 걱정 말 것!


 - 파업 중에도 수술일정은 변함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됨.





#3. 서울대병원 입원!




2인실에 입원했습니다. 6인실이 빈 방이 없어서.... 

창가 쪽을 받은 데다가, 2인실인 만큼 정말 조용해서 좋긴 했네요 ㅎㅎ




병실 밖으로 고궁이 보였습니다. 단풍도 예쁘게 들어서 멋진 경치였습니다.



알고 보니 창경궁이라고 합니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도 소개하고 있네요.

퇴원하고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을 때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서울대병원에는 병원식 말고도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습니다.

http://www.snuh.org/pub/guide/sub02/sub02/


이 중, 지하 1층 직원식당은 환자 이용 불가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직원식당으로.. 어쩐지 환자복 입은 사람이 없더라니;

그렇다고 환자를 내쫓지는 않고, 도시락통에 따로 담아서 주셨습니다.



맛있겠죠? 점심은 이렇게 먹고, 저녁은 죽을 뺀 유일한 병원식이었지만 찍지 않았습니다.

맛이 없어서...


아무튼, 입원을 막 한 환자분은 입원 전에 점심을 해결하시거나 다른 곳을 이용해주세요~





저녁 먹고 최후의 만찬..ㅋ

1층 편의점에서 슈니발렌을 팔길래 사 왔습니다. 2주동안은 절대 못 먹을 간식이네요.

뒤에 보이는 건 음료수가 아닌 가글액! 하지만 수술 후 가글액을 따로 줘서 쓸모가 없었어요.




#4. 수술


다음날 아침,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수술 일정 중 저는 3번째라고 합니다.

 앞의 분들이 조금 늦게 끝나서 12시가 좀 넘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위에 소개한 가스파드 만화에서 하나만 더 긁어왔습니다. 바로 전신마취할 때 상황!


 

저렇게 한 순간에 정줄놓 상태가 됩니다.

전신마취 2번 경험자인 저는, 이번엔 다르게 느껴봐야지 하고 맘을 먹었습니다.


미리 끼워둔 주사바늘로 마취액이 들어가면서, 입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집니다.

심장박동을 알리는 뚜, 뚜, 뚜 소리가 들립니다.

산소마스크에서 산소가 아닌 이상한 냄새가 느껴집니다. '아, 가는구나.....'


갔습니다. ㅋㅋㅋ



눈 떠 보니 회복실!! 마취 들 때 느끼면서 든 덕분인지 잠에서 깨듯 깨어났습니다.

처음 마취 때는 개복수술(배째는...)이라 엄청난 충격과 고통이 느껴졌고,

두번째 마취 때는 내시경이라 "응? 아직 시작 안했는데요?" 하면서 일어났는데

그것과는 좀 달랐네요. 하지만 의식을 찾고 나니 고통과 불쾌감이 스멀스멀 밀려옵니다.ㅠㅠ




#5. 수술 후 회복


 수술 후 다음날까지 안정을 위해 입원했습니다. 수술 하루 전 입원했으니 총 2박 3일이죠.

목구멍고 째지고, 입을 얼마나 크게 벌렸는지 입 옆에도 찢어져 있습니다 ㅠㅠ 삼키는 고통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입을 벌려봤는데..


 수술부위를 째고 지진다고 했는데, 고기 익혀둔 것 마냥 그런 색입니다. 

선명하게 보이네요...ㅠㅠ

덕분에 편도선이 깨끗하게 사라진 건 알 수 있었습니다. 

 목젖 뿐만 아니라 목젖 좌우 살까지 같이 늘어나 있습니다. 그것도 비대칭으로...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은 아마 이건 것 같네요.

 입을 벌리다 입 옆에 찢어진 부위가 터져서 피가 났습니다.


 아무튼 고통 중에 하루가 가고 퇴원! 약을 한아름 받게 되었습니다.

약도 전부 가루약. 캡슐 알약은 캡슐을 분해해서 안에 있는 가루만 먹어야 한답니다.


 일주일분 해열/소염/진통제, 일주일분 가래제거제, 일주일분 소화제(가스제거), 

일주일분 위장관 운동 조절제, 일주일분 항생제, 일주일분 가글액


 약 먹는 게 뭐 어려울 게 있을까 했지만, 이게 입원보다 더 최악입니다 ㅠ.ㅠ

일단 약이 엄청 쓰고 + 넘기는 게 힘든 내 목 = 구토유발

결국 소화제가 가장 구토유발이어서 소화제를 빼고 먹고 있습니다..

장운동약도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뺐는데, 목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걸 보니 먹어야하나 싶네요.


가글액도... 가그린이나 리스테린 등 그런 상콤한 가글액이 아닙니다.

가글액이 구토를 유발합니다... 게다가 사용 후 30분 간 물로 헹구는 것 금지!





#5. 수술비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수술비!!

저는 총 병원을 4번 갔는데요. 각각의 진료비를 공개합니다.


병실료 안내문인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저는 2인실을 써서 2-나 요금이 나온 것 같네요.

6인실이 비어 있으면 병실료가 1만원대!




1차 진료비 : 22,***원.

검사비(피검사, 심전도검사, 소변검사) : 89,***원.

2차 진료비 : 22,***원.

입원/수술비

 2인실 2박 : 29*,***원

 수술비 : 총 850,*** 중 의료보험 690,***으로 부담금 160,***원.


저 정도가 나왔습니다. 총 60만 원 가량 든 것 같네요.

의료보험으로 해결되는 비용은 보험료를 얼마 내냐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6. 기타


이번주 서울대병원의 가장 핫이슈는 이거였습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0233827g


수술 잘 할 수 있겠지...? 마취과 의사분들 파업하고 그런 거 아니겠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수술과 입원 모두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중환자분들이 많은 서울대병원이어서 그런지, 파업 투쟁도 앰프 사용은 않고 조용하더라구요.


간호사분들을 보니, 자기시간대에는 근무하고 나머지시간대에 파업을 하는 것 같네요. 

응?

(이건 일하는 것도 아니고 파업한 것도 아니여....)

그러다 보니 정작 병원 로비에 마련된 파업투쟁장소에는 가방들만 덩그러니...
참 어려운 직업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와 별개로, 간호사분들은 물론 식사, 청소를 맡으신 모든 분들이 친절하시고 
엄청난 규모의 병원 복도에 끝없이 이어지는 투쟁 관련 대자보. 손으로 쓴 편지들..
파업 투쟁도 굉장히 활기 있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신기했습니다.
뭔가 신사적인 투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엄청난 규모의 병원인 만큼, 진료도 신기했습니다.

접수창구부터 은행을 떠오르게 하는 대기표, 스무 명 가량의 접수원들.

심지어는 피검사를 할 때도 대기표를 뽑아서 대기한 뒤, 창구(?)를 찾아가 피를 뽑고 나왔습니다. 이 분들은 한 자리에 앉아서 일과 내내 피만 뽑는 듯..

 수납 창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래저래 대기표만 여기저기서 열 몇 개 뽑은 것 같습니다.





처음 퇴원하고 집에 와서, 입을 물로 헹구고 뱉었는데 가 나왔습니다.

설마 오자마자 응급실로 가야하나? 싶을 정도로 계속 헹구는데도 계속 피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나니 멎었습니다. 

밥 먹고 나서도 그랬는데 다시 아이스크림 먹고 괜찮아지고...

이 정도 피는 큰 문제가 아닐 것 같네요.



평소에 맛있는 죽은 좋아하는 편이라 일주일 동안 죽 먹는 건 불만이 없습니다.

벌써 잣죽, 전복죽, 팥죽 등 다양한 죽들을 맛보고 있기에..ㅎㅎ


이제 이틀 지났네요. 빨리 일주일이 지나고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