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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천 개의 선물





'감사'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누구보다도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고,

이 상황에서 어찌 감사하겠냐는 분노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왜 감사해야 하는지, 어째서 감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단지 '이렇게 해라'가 아닌,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는 책이다.




기욤 뮈소의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앞선 책에서는 너무나 감정이입할때 한번씩 고갤 들어 한숨을 쉬었다.

이 책에서는, 책을 덮고 방을 몇 바퀴 돌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시처럼 보이는 책이다.

단지 자신의 간증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반짝이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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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왜 우리 삶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아신다.

나는 모른다.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눈물이 글썽이는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울음을 꼭꼭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토막 낸 단어들을 속삭인다.

"만약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그다음 말은 격렬하고 거칠게 울린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쓰지는 않았을 거에요."




세 시간 뒤 레비와 나는 응급실에서 돌아온다.
아이는 붕대 감은 손을 가슴에 안고 몸을 꼬부린 채 끙끙대며 훌쩍이고 있다.

이제 엄마가 된 내가 엄마에게 말한다.

"손 괜찮아요. 잘린 손가락도 없고."

엄마는 곤두선 신경이 조금 누그러지는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한쪽 어깨를 꽉 잡고는 단허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나님의 은총이야. 하나님의 은총."

엄마의 안도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어떤 어두운... 성난... 추한 것도.

아이의 손이 잘렸더라면?

그렇다면 신의 은총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런 질문을 해도 될까?






레비의 집게손가락

붕대와 진통제


우리에게 두 개의 기적과도 같은 은총이 허락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간신히 알아차린다.

하나님이 내게 빚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에게 큰 빚을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이 선물이 되는 게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주 옛날에 제임스 H. 맥콘키라는 전도사가 의사 친구에게 물었어.
하나님께서 야곱의 대퇴골을 건드린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랬더니 그 의사 친구가 허벅지와 몸통의 연결 부위는 인체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라고.
말이 끌어도 그 부분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했대."

그리고 내가 결코 잊지 못할 이야기를 맥콘키 전도사는 들려주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주님은 우리 자신을 위한 삶에서 가장 강한 부분을 건드려 우리를 무너트린 후에야
그분의 방식으로 우리를 축복하신 것입니다."








모든 두려움은 하나님의 사랑이 끝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냐.
너는 내가 끝나리라고 생각하느냐?
두려움은 하나님이 유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니냐.
충분함을 믿지 않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란다.
천 개의 선물을 세는 것이, 무한히 선물을 세는 것이
모든 두려움의 중심에 있는 거짓을 드러내지 않았느냐?
내 안에서 축복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끝나기 않기 때문이다.

너에 대한 나의 자애가 끝난다면 나는 존재하기를 그만둘 것이다.
천국에 하나님이 있는 한 땅 위에 은총이 있으며
나는 다 담지 못할, 영원히 흘러넘칠 사랑과 은총을 부어주는 하나님이란다.